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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학 변호사의 법률상식(계약교섭의 부당 파기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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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6-18 18:20 조회7,8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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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례는 세상을 살다보면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일로서 여러분의 사업과 또는 하시는 일과 비교하여 사례에 대한 이해를 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례)
H회사는 목표수출액 달성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건립하기로 하고, 분야별로 5인 가량의 작가를 선정하여 조형물의 시안 제작을 의뢰한 후, 그 중에서 최종적으로 1개의 시안을 선정하기로 한 다음, 그 선정된 작가와 위 조형물의 제작, 납품 및 설치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H사는 윤모 작가를 포함한 조각가 4인에게 시안의 작성을 의뢰하면서 시안이 선정된 작가와 설치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으나, 위 조형물의 제작비, 제작시기, 설치장소를 구체적으로 통보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조각가 윤씨가 제출한 시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는데, 그 후 H사의 내부적인 사정 등으로 윤씨와의 사이에 그 제작비, 설치기간, 설치장소 및 그에 따른 제반사항을 정한 구체적인 설치계약은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H사는 당선사실이 통지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시점에 위 조형물의 설치를 취소하기로 하였다고 윤씨에게 통보하였습니다.
 
윤씨는 H사에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윤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질까요, 받아들여진다면 윤씨가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는 어디까지일까요?
 
답변)
윤씨는 조형물 설치에 따른 대가나 제작‧설치에 들인 비용을 그대로 구할 수는 없고 위자료 명목으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해설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쌍방간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데, H사는 시안이 선정된 작가와 설치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린 것일 뿐, 위 조형물의 제작비, 제작시기, 설치장소를 구체적으로 통보하지는 않았으므로 구체적으로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본 사안과 같이 계약 체결 이전, 즉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파기된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손해배상 가능성을 인정하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H사는 윤씨를 포함한 조각가 4인에게 시안의 작성을 의뢰하면서 시안이 선정된 작가와 설치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는 점, 윤씨가 제출한 시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을 보면 적어도 윤씨에게 계약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고, H사의 내부적인 사정 등을 이유로 조형물의 설치를 취소한다는 통보를 한 것은 이러한 윤씨의 정당한 기대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문제는 구체적인 손해의 범위일 것인데, 앞서 본 판례는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그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일방이 신의에 반하여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교섭을 파기함으로써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게 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신뢰손해란 예컨대,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비용과 같이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아니하였을 비용 상당의 손해라고 할 것이며, 아직 계약체결에 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 상태에서 계약교섭의 당사자가 계약체결이 좌절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출한 비용, 예컨대 경쟁입찰에 참가하기 위하여 지출한 제안서, 견적서 작성비용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결국 윤씨는 계약이 체결되어 받기로 한 금액, 예컨대 설치계약의 대가로 받기로 한 금액을 배상할 것을 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안에 투입한 금액 역시 투입한 시점에서는 본인이 당선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는 없었고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지출한 것이므로 배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만일 윤씨가 당선이 된 이후 H사와의 사이에 설치계약을 체결한 후 지출한 비용은 계약에 의하여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결론은 윤씨에게 다소 가혹할 수도 있으므로 대법원은, “침해행위와 피해법익의 유형에 따라서는 계약교섭의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가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는 별도로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위자료로서 손해를 전보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윤씨는 교섭단계에서의 파기의 구체적 경위, 윤씨의 노력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계약이 정식으로 체결되기 전에는 계약 체결 무산에 따른 위험부담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계약 체결 이전 단계에서 시간 내지 비용의 위험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의 경우 그 이전에 상대방의 태도 등을 감안하여 계약이 체결된 것인지 여부, 계약 체결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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